카테고리 없음2010. 1. 16. 09:10

미안 권아, 누나가 없는 솜씨로 근성의 캡쳐질을 하며 이런걸 만들어버렸어...
그치만 파일명이 Untitled-7.gif이었단다.. 내가 어쩌다 세븐까지 만들었는지 알겠어?

얼마전에 언급한 '우리 권이 게스트하우스 간 프로그램'.

케이블 프로에 관심을 가진건 처음이라, 원래 이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아는사람도 없고 반응도 없더라. 은근히 아이돌들도 나오고 게스트도 빵빵한데도 말이지..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블로그도 아니고 검색유입도 거의 없다시피 한 공간이지만, 그래도 웹상에 관련글 하나 추가하자는 취지에서.. 딱히 관련해서 할말이 많은건 아니고..

게스트들이 와서 다큐를 찍고 거기에 대한 OST를 만드는 형식인데 윤종신이 진행을 하고 하림이 주로 곡을 쓰더라. 컨셉도 괜찮고 음악도 좋고. 연예인들이 찍어서인지 다큐가 좀 별로인데다 겉도는거 빼곤 나름 완벽하다.

이번주 게스트중 한명은 루시드폴이었는데 그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깐 사춘기시절 닳고닳도록 들었던 미선이, 폴 1집과 버스정류장의 느낌이 떠올라서 한동안 뭉클뭉클. 그 후에 발표한 음악들도 다 좋지만 들었을 때 그때의 그 느낌은 안나온단 말이지..

삘받아서 오랜만에 기타 꺼내들고 잔뜩 모아놓기만한 타브악보를 꺼내들고 이런저런 연주를 해봤다. 얼마전에 깨달은건데 내가 그 악기를 '다룰줄 안다'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몇곡은 외워서 연주할 수 있어야 하는거더라고. 난 그동안 몰랐지.. 악보보고 좀 연습하면 연주할 수 있으니깐 그냥 해보라면 할줄 아는게 없거든. 나름 기타도 배운지 15년이 지났고 피아노도 20년은 쳤을텐데도 기타든 피아노는 악기하나 던져주면 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무것도 없단말이지. 마침 연주해보고 싶은 곡들도 몇개 생겼고 천천히 '외워'보련다.

비슷한 맥락인데 그림그리는걸 그렇게 좋아하고 나름 열심히 잘 했으면서도 도화지 하나 던져주면 그릴 수 있는건 눈앞에 있는 정물밖에 없다. 하아. 입시 교육 폐해의 산증인이 바로 나라니깐..

다시 합주하고픈 맘도 생겨서 봄이오면 이것저것 좀 시작해볼까한다. 이런거라도 안하면 인생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어디 살겠어 ;ㅁ;


다시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가면..

이 프로그램이 제일 맘에 들었던건 브라운톤의 그 전체적인 칼라와 출연자들에게 전투적으로 다가가는 앵글이 표현해주는 그 '분위기'였는데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모여앉아 기타치면서 멋대로 가사를 읊조리고 시덥잖은 소리도 하고 야한 농담도 해가며 술도마시고 노래도하고 춤도추고. 조금 더 밤이 깊어져 새벽녘이 되면 누군가는 술에취해 구석에 쭈그리고 누워서 잠을 자고, 누구는 변했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당돌한 평론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고. 잘 모르는 뮤지션의 이름이 나와도 이럴땐 술기운에, 맞아 걔도 좋지만 난 누가 더 꽂히더라 하며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거거든. 내가 얼마나 음악에 빠져있는지에 대한 자랑섞인 뜬구름도 잡아보고. 이미 시작한 몇몇 이들은 과연 이거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푸념도 늘어놔보고. 그 와중에 흩날리는 기타소리에 집중하며 흥얼흥얼 되도않는 멜로디를 쌓는 애들도 몇 있는데 그 배경에 띵가띵가 깔리는 음악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푹 수그리고 기타를 튕기고있는 누군가의 연주란 말이지. 혼자 방구석에 연습해온터라 자신있는 피킹은 하지 못하고 설렁설렁 기타줄을 퉁기면서. 그치만 그 연주는 그 새벽의 분위기가 깨지지않게 받쳐주거든.

그 밤과 그날의 밤, 그때의 밤이 떠오르면서 놓치고싶지 않았던 황홀한 시간의 시작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이 프로그램이 맘에 들 수 밖에 없었던거다.

[여기] 들어가면 로그인 없이도 전편 감상이 가능하니 한번 봐보시든가.. 싫음 말구.

Posted by b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