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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5 smashing pumpkins
카테고리 없음2010. 8. 15. 00:33

10년전 1979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듯 나의 스매싱펌킨스 입문도 1979였다. 그 둥둥거리는 전주를 듣자하면 세상에 어쩜 이런곡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들을때마다 가슴뛰는 곡이었으니깐. 한동안, 어쩌면 지금까지 1979는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곡'이었다.

한창 락키드를 자처하던 시절, 언어의 장벽과 물리적인 거리감때문에 나의 취향은 특이하게도 외국뮤지션보다는 국내에 집중되어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내 맘을 흔들어놓는 외쿡인이 바로 빌리코건이었으니 깊게 패인 눈매에 쥐어짜내는듯한 목소리가 정말 섹시했다. 게다가 주옥같은 멜로디라인의 곡들을 어찌나 잘 써내는지 무대위의 모습을 보면 뻑 갈수밖에 없었던거다.

그러다 2000년에 스매싱펌킨스의 내한공연이 있었고 아직 어린나이이던 나는 감히 공연을 볼 여유가 없었더랬다. 그들을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공연녹음파일은 외울때까지 들은 듯. 그리고 해체설이 들려왔고 즈완에 실망하면서 다시는 이들의 공연을 못볼줄 알았지..만. 바로 오늘, 10년만에 스매싱펌킨스의 두번째 내한공연이 있었다. 물론 끝난 후에는 스매싱펌킨스의 공연이 아니라 '빌리코건과 아이들'을 보고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말이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을것 같다. 더 이상 우리가 그토록 감동받았던 스매싱펌킨스가 아니라는것을. 그렇게 섹시하고 카리스마넘치던 빌리코건은 살이 좀 쪄서 더이상 예전같은 라인과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고, 새로운 멤버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이 아저씨 왜 의상을 그런걸 입은거야.. 진짜 아저씨같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것은 스매싱펌킨스이기 때문이다. 악기 하나하나에 세포까지 깨우면서 감동하던 시절의 음악을 다시 듣는건, 기본적으로 어느정도의 감동이 담보되니까. 게다가 공연을 마무리하며 '1979 왜 안하고 들어가냐 이자식아!!'라고 속으로 외치던 찰나에 무대 사이드로 걸어와 내앞에서 씨익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진짜 숨이 멎을뻔했다. 오우. 이 아저씨 눈빛은 죽지 않았구나!

혹시 다음에 또 단독공연을 온다면? 글쎄.. 예전 멤버가 아니라면 난 그냥 빌리코건 어쿠스틱이나 한번 했으면 좋겠네. 이렇게 또 한 밴드를 마음에 묻는다. 안녕, 나의 아름답던 스매싱펌킨스.


Posted by b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