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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3 가고싶다, 제주도 12
카테고리 없음2009. 10. 13. 00:21

내가 아니라 남들이 이상한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내가 좀 이상하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상담을 함 받아볼까 싶다. 근데 나처럼 내 이야기 잘 안하는 애가,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불신을 베이스로 깔고 들어가는 상담이 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다. 괜히 '이것마저 안되다니'라는 좌절감만 맛보고 돌아오게 되는거 아닐까, 그건 그냥  미지의 보루로 남겨놓는게 좋을까 싶기도 하고...

제주도에 가면 뭔가 좀 나아질까..

혼자가는 여행이라고 하면 다들 대단한 사색을 즐기러 가는것 같고 생각을 정리할 때 간다고들 하지만 막상 혼자 다니는 여행은 나에게 그리 생각할 틈을 주지 않더라. 사실 생각할 틈이란게 있다고 전제하는게 웃긴거다. 아무리 바빠도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게 말이 되나. 스스로 맘에 여유가 없는거다. 그냥 아는사람 없고 공기 좋은데 가서 눈 호강하면서 하염없이 앉아있으러 가는거다. 하지만 그 와중에 바람이 차가워서 더 두꺼운 옷을 안가져온걸 후회한다거나, 습한 바닥에 앉아있으면서 바지가 젖어오는걸 감수해야한다. 바다를 보고, 일출을 본다고 깨끗이 생각이 정리되거나 맘이 편해지는 일따윈 죽었다 깨나도 없는거다. 그래서 정리될 생각이면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될 정리인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가고싶은 이유는 뭘까.

딱히 정리할 생각이 있는것도 아니고, 결론을 내야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다. 여기서 안되고 가서 되는건 뭐가 있을까. 난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여줄 사람이 한명 필요한건데, 그러고 나면 나의 말이 모두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한명 필요한건데..

아무도 모르는 제주에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을리가 없지 않나. 제주바다에 쭈그리고 앉아 한라산이라도 한병 까면서 밤바다한테 주절주절 다 털어버리고 와야 하나..

Posted by b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