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해당되는 글 130건

  1. 2010.11.23 flaming lips 2
카테고리 없음2010. 11. 23. 00:26
'플레이밍립스 가?'
문자 하나로 맘이 동했다. 내한소식을 처음듣고 날짜가 힘들 듯해서 맘을 접고 있었는데 공연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더라구. 안가고 후회하느니 가고 후회하자는게 평소 신념이라.

공연 전날 예매한 티켓은 심지어 입장번호 23번. 큰공연은 앞에서 보려고 생각도 해본적 없었는데. 내 뒤에 이천명이라니...
무대에 올라갈 댄서 모집을 한다길래, 영상에서 그들은 재미있어 보였어서, 한번 해보고도 싶었지만, 이렇게 앞번호 입장도 처음이니깐. 끝나고 나서는 조금도 후회 없었다. 아래에서 본 그들은 정말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거든. 왜이렇게 못노는겨.

이렇게 놀지 않을바에야..

기분좋게 술한잔 하고 들어간 공연장에서 겟한 자리는 제일 앞쪽 중앙 펜스. 살면서 이런 자리에서 공연을 다 보다니, 오래살고 볼일이구나. 그리고 하필 플레이밍립스의 공연에서 제일 앞줄을 차지한건 정말 행운이었다. 끊임없이 머리위로 쏟아지는 풍선, 색종이들, 레이저까지 슝슝! 완전 판타지 4D입체영화 체험관이었다. 공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막 지나갔거든.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 같았다. 아주 혼을 쏙 빼놓게 하는 정신없는, 그래서 무지 재밌는 놀이기구.

꿈과 희망이 넘치는 플레이밍립스월드. 꽃가루를 아끼지 않아!!!

사실 이 정도 무대장치는 그렇게 특별하거나 대단한것도 아닌데 왜 지금까지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걸까? 이게 비싼가? 아님 청소가 힘든가? 페스티벌에서 하면 딴팀한테 방해되니까?
레이저나 불꽃 안개따위와는 비교도 안되게 극적이고 다이나믹하고 판타스틱한데 이런건 잘 쓰지 않는것 같아....라고 생각하다보니 07년도 GMF 타히티에이티 공연에서 한번 빵 하고 터진적이 있었더랬다.
그 해 GMF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

플레이밍립스 공연에서는 '그해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이 두시간 내내 빵빵 터졌었다. 영상으로만 보던 '우와 저렇게 놀면 진짜 재밌겠다'하던 바로 그 공간에 내가 있었으니깐. 게다가 난 플레이밍립스 공연의 키워드가 동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아저씨 아주 변태더구만! 그래서 더 좋음.

내가 있던 자리. 요기서 약간 안쪽.

내한 공연하는 뮤지션들은 스텝이 미리 세팅하고 짠 하고 나타나는게 관례인데 신비주의따위 하나도 없고 공연 전부터 심심한지 나와서 세팅하고 인사하고 영상찍고. 시작하고 나서는 스페이스볼타고 객석 위를 굴러다니고 뛰어다니고. 우와 저사람은 정말 공연을 너무 하고싶어하고 즐기고 좋아하는구나 하는 긍정적인 기운을 마음껏 받아서 맘속깊이 행복해졌다.

좀 딴말이지만 난 선한 느낌의 외국인들을 참
좋아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애같은 눈빛에, 웃어서 생긴 눈가주름과 입 양쪽 세로주름이 있는게 포인트다. 한마디로 웃는 표정이 얼굴에 배어있는 사람. 웨인아저씨도 거기에 딱 부합하는 인상이다. 나도 이렇게 나이들고 싶은데.

좋으셔쪄요

여튼 이렇게 신나고 재미난 플레이밍립스월드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다음날 새벽까지 술병을 부여잡고 계속 좋아했다는거. 내가 잘 취하는 사람이 아닌데.. 일년에 이 멤버들을 두세번 보는데 일년에 두세번 취해서 좀 민망하다. 그래도 우리는 그날 밤 모두 취해있었으니까.
다음날 저녁때 일어나보니 술김에 우리집으로 모였던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고 없고 난 공연 후기나 보며 마음을 달랠수밖에.

플레이밍립스 알럽쏘머치 땡큐포커밍. 생각해보니 앞자리 차지한 덕에 드럼스틱도 받고 싸인도 받았다. 근데 이름을 못써.. 비 아이 디 와이를 못알아들어.. 난 이십여년이 넘게 영어를 헛배운거다.


Posted by b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