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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여행을 가면 마트에서 샴푸, 바디워시, 바디로션, 이런걸 사서 쓰다가 들고오곤 했다.

남들은 무겁다며 쓰던것도 놓고온다지만, 꾸역꾸역 들고와서 기분전환으로 꺼내쓰면 쏠쏠하다.

태국의 뽀드득한 바디워시, 터키의 레몬스킨, 쿠바의 불량식품 냄새가 나는 린스.

요새 찬바람에 손발이 까칠한 느낌이 들어서

올 초 멕시코 마트에서 샀던 바디로션을 꺼내들었다.

오래 여행을 다니면 아무래도 손발이 엉망이 되니깐, 더운 날씨에도 밤마다 치덕치덕 발랐던건데.

오늘 여기서, 이 향기가 정말로, 훅- 들어와버렸다.

벌겋게 익은 피부도, 베드버그에 고생하던 허벅지도, 게스트하우스의 뻣뻣한 시트도, 돌돌거리며 끌고다니던 내 캐리어도, 밤새 밀입국하듯 실려갔던 택시 소리까지.

너무 갑자기 훅 와버려서 좀 당황스러웠다.

다들 왜 안나가? 하고 물어보는데,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일지 모를 얼마간의 휴식동안, 어떤 향기를 담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