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1. 6. 2. 16:41

말도 많고 탈고많았던, 내게 남은 마지막 핑크아이템 넷북을 수리하려고.
어디에 맡겨야하나 찾아보니 무료로 퀵수거해서 수리하고 택배로 다시 보내주는 그렇곳이 있더라.
세상 참 좋아졌다며 감탄하면서 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지하철 역인데 거기 어떻게 찾아가냐며 전화가 왔다.

아, 말로만 듣던 지하철택배였다.

노인들은 지하철이 무료니깐 급하지 않은 물건은 지하철 택배를 이용하면 퀵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기사를 언젠가 본것 같기도 한데
바로 그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내 눈앞에 나타난거다. 마음의 준비할새도 없이.

원래 접선장소는 학교 도서관이었지만 도저히 여기까지 올라오시라며 길을 설명할수 없었기에
내가 학교 정문까지 내려가는걸로 했다.

파우치랑 다 드려야하냐며 어떻게 들고가시냐고 했더니 까만 배낭을 열어보이며 여기에 넣어가면 안전하다면서 허허 웃으시니 알수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분명 스무살의 나는 스물여섯의 나보다 어리고 유치하지만
모든 스무살이 나의 스물여섯보다 어리다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나 족보정리는 참 쓸데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나이가 아주 많아버리면.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정이 생기는거다.

용돈도 벌고 운동도 될테니 고령자들의 사회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좋은점도 있겠지만
조금의 연민과 동정섞인 시선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거다.
거기에 나를 정문까지 내려가게 만든 어쩐지 미안하다는 느낌도 있을거고.


삼십분쯤 있다가 전화가 온다.
아가씨 이름을 확인을 못했다며 이름을 물어보는데 몇회 되묻더니 '아이고 이거 잘 안들려서 어쩌나'하신다.

한시간쯤 있다가 다시 전화가 온다.
물건 잘 전달했다고, 업체에서 이름을 확인했는지 'XXX씨죠 허허'하며 신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신다.


오래전 자주 가던 분식집에는 아흔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아버지가 자식들을 도와서 서빙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끼리 하는말은 저 할아버지의 서빙은 민망하고 미안해서 못받겠다는거였다.
내가 그 할아버지의 입장이 되었을때,
이정도쯤은 문제 없다며 계속 일을 해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고집스러운 노인이 될것인가
민망해하는 증손자뻘쯤 되는 아이들을 위해서 식당에 안나와있는 편을 택할것인가.

도대체 나이가 들면 누구랑 뭘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는걸까.


Posted by b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