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1. 10. 27. 02:02


몇백장쯤 되는 씨디들을 얼마만에 꺼내본건지 모르겠다. 가나다/ABC순으로 정렬해놓던 것을 무려 1년 반 전 포장이사를 하면서 순서가 섞인 상태로 지금까지 쭉 지냈다. 씨디장이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으로 배치된지도 꽤 된것 같다.

문득 한번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죄다 꺼내놓은게 며칠 전. 시간이 없어 한번에 정리하지도 못하고 나와있는채로 먼지를 좀 더 맞다가 오늘에서야 순서대로 정리가 되었다. 먼지를 툴툴 털면서 이것저것 보다보니 도대체 왜 샀나 싶은 것도, 정말 닳고 닳도록 들은 것도, 아직 중고로 값이 꽤 나가는 것도 다 있더라.

그중 눈에 띄는녀석들이 부록으로 줬던 핫뮤직 샘플러 씨디다. 점선대로 잘라서 뒷면 트레이에 끼울수 있는 자켓도 있고 몇몇은 곡 설명이 상세히 적혀있는 앞면 자켓도 있는 나름 세심하고 꼼꼼한 구성이었다. 사실 그 당시 핫뮤직에서 주로 다뤘던 음악들은 좀 쎈 음악인지라 내 취향이랑은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 핫뮤직을 열심히 사봤는지 모르겠다. 두번인가 세번은 맨 뒷면 열혈독자들의 엽서를 소개하는 코너에도 나왔던것 같다.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 좀 더 당첨이 잘된다는것도 터득하고 있었고 말이지. 빤한 학생 용돈으로는 정기 구독을 할 목돈이 없어서 매달 서점에 설레면서 갔던 것 같다. 뭐 아닐수도 있지. 어쩌면 엄마를 졸라서 정기구독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다지 중요치 않은데다가 매달 설레이며 서점에 가는게 더 그럴듯해 보이니깐 그랬던걸로 하자. 여튼 중요한건 미처 빈 씨디케이스가 없어서 제 짝을 찾지 못한 채 종이에 싸인 씨디가 세장이 있었다는거다.

그게 2002년의 것. 그리고 지금은 2011년.

당시에는 몇개 없었던 빈 씨디케이스. 하지만 지금은 흔하게 굴러다니는, 심지어 이미 잘 사용하지 않게 되어 누렇게 변해버린 빈 씨디케이스 세개를 찾아서 제 짝을 만들어주었다. 당시의 내가 그랬던것처럼 점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가위질을 하며. 예쁘게 접어서. 케이스 사이즈에 맞는지 몇번이나 대보며. 그렇게 세장의 씨디를 완성했다.

그리고 음악이 듣고싶어졌는데, 스피커 연결까지 다 해놓은 씨디피보다 컴퓨터의 엠피쓰리를 트는 쪽을 택했다. 이렇게 또 추억팔이를 하면서도, 사람이 참 간사하지 않나.


Posted by b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