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3. 3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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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돌아가신 교수님의 연구실을 정리하게 됐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무거운 분위기는 아닐까 걱정하고 갔는데, 의외로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워낙 중병을 오래 버티다 돌아가셔서 갑작스럽진 않았는데,
생전부터 아빠랑 참 비슷하다고 느낀분이라 자꾸 아빠가 겹쳐져서 장례일정 내내 기분이 묘했던.

아드님이 혹시 갖고싶은 책이 있음 가져가시라고 해서 책장을 둘러보며 몇권을 집어왔다.
읽고싶었던 선배가 쓴 책과, 교수님이 대학때 공부하던 책 몇권.

첫장을 펼치니 이런 문구가 적혀있더라.
공부할땐 누구나 최고가 되고싶고, 잘하고, 잘나고 싶은 때인데
그 버거운 시절에 이런 글을 써놓으시다니. 그 생각의 깊이가 짐작도 안간다.

누런 재질의 종이로 싸여있는 책들을 보고 예전 책은 다 표지가 이랬나?하며 안쪽을 보니
아아.. 우편물 봉투 안쪽으로 책이 싸져있었다.

맞아, 어릴땐 이런걸로 책도 싸고 그랬었는데.
나는, 우리는 너무 많은걸 갖고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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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고 여러 생활용품들도 나눠가지게(?) 되었다.
비닐도 안벗기고 있던 믹서기가 있어서 무려 가위바위보를 하고(..) 따왔다.
하면서도 이게 뭐하는건가 싶긴 했지만..

문득 얼마전 새로산 전기드립포트가 생각나면서,
내가 사라졌는데 내 주전자를 지인들이 가위바위보로 따가면 괘씸할것같다........

Posted by bidy